가족이야기

추석때면....

팔불출 2007. 9. 25. 16:31

늘 추석인 이맘때면 난 아버지가 그립다....

 

어릴적 추석은 정말이지 신났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 가정 좋았던것 같다.

할아버지의 마당을 쓰시는 사각사각소리에 잠을 깨면

정말 푸르른 하늘이 반겨주고,

부엌에선 어머니의 맛난 음식들이 줄을 서고,

머리맡엔 새옷이 기다리고....(가끔은 형님옷 물려입고.....ㅠㅠ)

아버지께선 목욕가자고 나서신다.

 

정말 가진것 크게 없던 어린시절...

흰쌀밥에 고깃국먹고,

용돈도 생기고,

학교도 안가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군것질도하고...

 

어제 아이들에게 어릴적 추석얘기했더니 시큰둥하다..(미국놈들이 다됐어...ㅠㅠ)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니 그재미는 반감이 되고...

대학교때는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생기고....

 

졸업도 동시에 지방생활을 하니 명절땐 역귀경이고.....

 

그러고 보니 정말 추석같은 추석은 그어릴적 초등시절뿐인것 같다.

 

사회생활하며 따로 한 가정을 꾸려가다보니 자연 큰집은 좀 멀어지고..

그저 뭔일이 생기면 가고...명절때나 찾아 뵙고...이유도 하나,둘 늘어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2000년  봄에는 큰아들놈을 미국으로 보내고...

난 전주로 내려가고...

다음해 2001년 가을 추석때 큰집을 찾아 명절을 보내고,

내려가는 날 문앞서신 아버지는 유언처럼 딱 한말씀 하셨다.

"이민가라"

작고, 조용한 목소리.....

그소리를 듣고 내려온지 일주일후 출근준비하던 내게 형님이 전화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런 소식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슬픔보단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떨기만 했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난 아버지의 말씀되로 이민을 왔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건 아마 뒤에 계신 아버지의 눈에 안보이는 도움때문인거 같다.

 

늘 추석때면 난 아버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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